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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기록

전자책 그리고 종이책에 대한 이야기

Jeremy Winchester 2024. 1. 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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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키보드보단 펜을 좋아했고, 볼펜보단 연필이나 만년필을 좋아했다.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기보다 손맛이라고 말하는 그 느낌이 좋다.

책도 동일하다.

왼손 세 손가락으로 책을 지탱하며 ,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는 맛이 좋다.

 

나는 종이책을 아끼지 않는다.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거나 페이지 모서리를 접거나

종이책을 볼 때면 왼손엔 책, 오른손엔 연필을 들고 책을 읽는다.

그 더러움이 책을 다시 볼 때 도움이 되기도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새 책을 구매해서 보는데 공간의 압박이 있긴 하다.

(애들이 좀 더 크면 꼭 내 서재를 가지리라..)

 

종이책은 내게 문자가 가져다주는 정보만 제공하지 않는다.

그 책을 읽었던 장소, 그 책을 읽을 때의 나이, 그 책을 읽는 자세, 그 책을 통해 얻은 감정

종이책은 마치 머리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오감이 같이 있는 효과를 준다.

이런 것이 내게 더 많은 기억을 남게 하기도 한다.

이 기억이 책 내용과 섞여 내용이 더 기억에 남는 효과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전자책과 종이책을 병행한다.

점유율은 전자책 80% , 종이책 20% 정도다

아니 여태 손맛과 추억을 운운하며 종이책을 볼 것처럼 말해놓고 전자책이라니 싶을 것이지만

여전히 나는 종이책의 손맛을 좋아한다.

 

하지만 종이책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불량한 제본 상태, 눈이 아픈 글자 크기, 불쾌한 종이 질감의 책,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기대했던 책이 배송이 왔고,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책의 앞 몇 페이지가 후두둑 떨어지는 경험도 있고,

어릴 때 기억이지만 도서관서 대출했던 책에 누군가의 코딱지가 있던 경험도 있다.(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전자책은 내게 일관된 독서 경험을 준다.

종이책은 사이즈, 페이지 수 등 책마다 내게 다른 경험을 줘서 

위에 말했듯이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이 공존하지만

전자책은 내 눈에 맞는 밝기, 내 눈에 맞는 글자 크기, 내 손에 맞는 기기

항상 같은 경험을 준다.

 

나는 리디북스 플랫폼을 사용한다.

여태 구매해 쌓인 책들과 부가적인 기능의 편리함에 계속 사용하고 있다.(형광펜, 책갈피, 메모 기능을 많이 사용한다)

장점은 딱히 모르겠다. 다른 플랫폼을 써보질 않아서 비교가 되질 않는다.

단점으로는 교보나 밀리의 서재보단 책수가 적다고는 하지만

있는 책도 다 못 보는데 책 수가 적다는 건 핑계밖에 되지 않고

또한 보고 싶은 책이 리디북스에 없는 경우가 있어야 종이책을 사서 오랜만에 손맛도 느끼고 하니까

앞으로 계속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좀 신간이 나오는 속도가 좀 빨라지면 좋겠다)

 

전자책의 시작은 어렵고 불편하고 실망스러웠다.

정확히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테크 관련된 책이라 코드가 많아서 그런지 스캔 형태의 책이었다.

그전까지 종이책으로 보던 경험과 비교되어 그 책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안 보다가

다시 전자책을 보게 된 것은 만화책이었다.

 

전자책을 통해 '열혈강호', '킹덤', '블리치', '원피스' 등 다양한 작품들을 보고, 소장하고 있다.

아직도 신권이 나올 때 구매해서 만화책을 본다. 

만화책을 보면서 나의 감각들이 전자책에 익숙해졌고,

전자책으로 만화책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전자책에서 주는 편리함과 휴대성에 매료되었다.

 

한동안 전자책으로는 만화책만 보다가

우연히 부가기능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형광펜, 책갈피, 메모)

앞서 말했듯이 책을 아끼지 않고 보는지라

전자책에서 가장 불편했던 (연필을 들고 있는데 쓸 수 없던) 욕구 들이 작게나마 해소되었고,

오히려 더 찾기 쉽고, 정리하기 쉬운 유리함이 있었다.

(종이책을 다 읽고 한 번은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

그 기능들을 알고 나서부터 (만화책이 아닌)전자책을 많이 애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은 스캔본이 아니라 글자 크기를 내 눈에 맞게 설정할 수 있었고

(좀 크게 본다 16px)

적응이 좀 필요했지만 불편하거나 어려움이 있진 않았다.

 

전자 책을 볼 때 종이 책을 보는 것보다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이 연구의 빠진 변수 중 하나가 '익숙함'이라고 생각한다.

모집단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것이고,

종이 책은 많이 접할 수 있는 책이라 이미 익숙하지만

전자책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집단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실험 대상자들에게 익숙해질 시간을 제공했다면

사실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자책 vs 종이책, 무엇이 더 책 읽기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런 고민하지 말고 뭐로든 책이나 읽어' 다.

같은 성경책을 보고 누구는 장로교, 누구는 성결교, 누구는 침례교, 누구는 사이비가 된다.

그 성경책이 킹제임스이건, NIV건, 쉬운 성경이건, 전자 성경이건의 차이가 아니다.

결국 그 성경책에 적혀 있는 말씀을 어떻게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의 차이니까

본질은 책이 종인지, 디스플레이인지가 아니다.

본질은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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